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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빠져서는 안 되는 작품으로 월 E가 있습니다. 머나먼 미래의 로봇 이야기지만 현재의 우리에게도 따뜻한 감동을 주는 귀엽고 작은 로봇의 스토리입니다.
스토리
미래의 어느 한 시점, 인류는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렸고 지구에서의 생존이 불가능해지자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공간으로 이주하였습니다. 다른 행성에 정착한 것도 아니고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머물며 지구에 청소로봇들을 두어 지구의 청소가 끝나고 다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지구로 귀환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700년이 흐르는 동안 인류는 여러 기능들이 퇴화되면서 기계의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실정이었고, 지구로의 귀환계획은 로봇들에 의해 진행되며 주기적으로 이브라는 탐사로봇을 지구에 보내 지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월 E는 지구에 남겨진 청소 로봇이었는데 700년이 흐르는 동안 다른 로봇들은 다 고장이 나거나 활동을 멈추고 이 로봇만이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친구 삼아 성실히 작업하며 가끔 마음에 드는 물품등이 있으면 본인의 거주지에 모아두기도 하고 고장이 나면 스스로 수리를 하며 좋아하는 영화장면과 음악이 있는 참으로 인간화된 로봇입니다. 어느 날 월 E의 작업 공간에 탐사로봇 이브가 보내지고 이브는 열심히 탐사하는 척을 하다가 본부 우주선이 사라지자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비행을 합니다. 이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월 E는 이브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월 E는 이브를 집에 데려오고 이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처럼 자기의 소중한 물건들을 이브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이브의 탐사미션인 식물을 발견하게 되고 이브는 식물을 본인의 몸체 안에 보관하고 동력이 꺼지며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월 E는 너무 놀라 어떻게든 이브를 다시 깨워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이브를 성심껏 돌봐줍니다. 그러다 탐사우주선이 이브를 되찾으로 오고 월 E도 그 우주선에 붙어 우주에 떠있는 엑시엄호로 들어가게 됩니다. 식물을 획득함으로써 미션을 완료한 이브는 지구로의 귀환을 막는 로봇들에 의해 문제로봇이 되어버리고 월 E와 이브는 다른 문제로 봇들과 함께 엑시엄호의 지구 귀환을 돕게 됩니다.
오마주한 작품
이 작품에는 여러가지의 오마주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1969년 개봉한 '헬로 돌리'라는 영화에 나오는 음악으로 시작하며 월 E가 좋아하는 영화로 자주 등장합니다. 작품 전체에 걸쳐 중요한 테마로 작용합니다. 또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설정이 많이 차용되었으며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배경음악이었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역시 엑시엄호의 장면에 의미 있게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지구 귀환을 막는 항해로봇 AUTO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9000을 오마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인 선장을 능률적으로 돕고 있지만, 비밀지령을 받아 그 사실을 숨기면서 항해를 지속하는 점이 같은 점입니다. 게다가 새빨간 눈처럼 렌즈가 부각되어 있는 모습은 더더욱 HAL9000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쓰레기 산 위로 광고들이 재생되고 있는 풍경은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이 떠오르며, 지구에 파견된 이브가 여기저기 탐사하며 스캔하는 장면은 스타워즈의 R2D2의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브의 몸체와 작동음 등은 애플의 기기들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이브의 알림음이 매킨토시의 알림음과 같다든지, 로딩하는 동안 표시창에 빙글빙글 도는 원이 그려진다든지 하는 소소한 부분은 애플사의 제품들과 닮아 있는데, 픽사에서 이브의 디자인을 애플의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에게 검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월 E의 로봇들의 목소리를 할리우드 음향업계의 거물인 벤 번트가 디자인했는데, 벤 번트는 스타워즈의 광선검 소리 등을 작업한 사람으로서 월 E에도 스타워즈의 느낌이 나는 소리들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이 영화는 메인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특히나 엔딩 크레디트가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이어도 될 만큼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는 월 E와 이브, 친구들이 엑시엄호와 함께 지구에 도착한 이후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지구에 도착해 드디어 어렵게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가 어떻게 다시금 문명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문명의 흐름에 따라 벽화부터 인상파에 이르기까지 회화의 역사적 흐름을 통해 더욱 작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처음 인류가 일어서서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로봇들의 도움을 받아 우물을 파고, 건물을 세우고,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고, 불을 일으키며 점차 문명을 이루어 갑니다. 그림은 알타미라 벽화부터 시작해 고대 이집트식의 벽화, 그리스의 모자이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형식을 거쳐 유화기법으로 넘어가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상파와 같은 기법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그림들로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여정에 배경음악으로는 피터 가브리엘의 Down to Earth라는 곡이 흐르며 인류가 진화하고 하늘을 날아 지구를 떠났다가 결국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이 영화의 줄거리를 집약적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엑시엄호의 사람들은 로봇과 첨단 기술이 있었으니 문명을 재창조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인류와 로봇이 공존하는데 회복된 자연과도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들은 앞으로의 인류의 미래가 디스토피아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연에 대한 여러 가지 경고의 사인을 마주하는 현재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실마리를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